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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공연

아, 이음반이

2017.06.10 13:24

오만호 조회 수:521

ffrr.jpg


제 손에 들어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난 달에 구입한 LP들이 어제 제 도착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이 레코드 가게 주인장을 알고 지낸게 6-7년은 됐나봅니다.

주로 가을이나 겨울입니다만 그간 빈의 근교에 있는 숍을 제가 몇차례 방문하기도 했고,

매년 봄 뮌헨서 만나면 중고 LP들을 여남은 장씩은 꼭 골라오곤 했습니다만

올해는 그 양이 많아 '야, 이거 내가 들고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니 우편으로 부쳐주라' 그랬던 겁니다.


Telmanyi.jpg


 그렇습니다. 메밀 텔마니의 바하 무반주 3장 세트입니다!

그의 매장을 북적이는 시간에 방문하게 됐습니다만, 절 알아보고 반색을 하면서 한쪽으로 데려 가더군요.

매대 아래에 숨겨둔 박스를 꺼내 석 장을 투명비닐로 감싼 이 LP를 제게 내미는 것이였습니다.

눈 앞이 아득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오메, 좋은 거!' 할 뻔 했습니다만, 짐짓 무심하게 앞뒤를 살폈습니다.

천 유로라는 스티커를 붙여놨더군요. 그래서 아주 담담하게 "흠, 천 유로야?" 그래줬습니다.

그 때 뒤에서 "천 백"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래서 둘러보니 이미 대여섯명의 손님이 저희를 둘러싸고 제 손에 든 LP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것이였습니다. 멈칫하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빨리 제 카드를 꺼내 그 쥔장에게 건넸습니다. 천 백 유로를 긁더군요.

"나 지금 바쁘니 이따 올게, 그거 잘 챙겨 놔" 그리고서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왔습니다.

'아, 저거 육 칠백 유로면 가질 수 있는 건데.....' 이렇게 속으로 뇌면서 말입니다(지금까지 그와의 거래가 늘 그래왔습니다).


이 친구와의 거래가 늘 만족스러웠던 건 아닙니다. 해리 벨라폰테의 어떤 LP를 아주 희귀한 아이템이라는둥, 이렇게 상태 좋은 건 따로 구할 수 없을 거라는 둥 해가며 하도 강권하길래 100유로라는 말도 안돼는 가격에서 조금만 깎아서 들여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레코드가게에 지천으로 깔려있고 가격도 1-2달러 정도가 보통인 그런 *판이였습니다. 그리고 텔레풍켄 레이블로 나온 하이파이 데모용 LP를 골라왔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엉뚱한 알맹이가 들어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레파토리를 말해두면 언젠가는 꼭 구해서 연락주고 넉넉한 에누리를 마다하지 않는 좋은 친구입니다.


Konwitschny.jpg


에테르나에서 나온 콘비츄니의 베토벤 교향곡 저렇게 구색을 맞춰준 것도 그였고, 케겔이 지휘한 드레스덴 필의 브람스와 베토벤을 몽땅 구해준 것도 그였습니다.


아무튼 그날 저녁무렵 한가한 시간을 골라 다시 들렀을 땐 또다른 선물이 절 기다리고 있는 거였습니다!


Daniil.jpg


 다닐 샤프란의 무반주 바하 1,2번이였습니다! 나머지 두 장만 가지고 짝을 맞추지 못해 애닳았던 시간이 2년도 더 지난 것 같습니다. "아, 아까 그건 내가 너무 비싸게 주고 산 거 같애. 그러니까 이건......" 뭐 그렇게 너스레를 떨어서 이건 정말 '강탈'수준의 가격만 지불했습니다.


한가한 토요일입니다만 평소 출근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부터 나와서 텔마니와 뷔흐너를 번갈아가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Buchner.jpg


베가 활 연주의 바하음반이 이것들 말고도 한 두가지 더 있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처음 뷔흐너의 이 연주를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은 아직 잊질 못합니다.

하지만 텔마니의 연주는 훨씬 단아하고 마음을 끌어들이는 힘이 강합니다.

'장화를 신고 진흙탕속을 헤메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들 하는 혹평이 있긴 합니다.

그리고 도대체 바하의 이 소나타와 파르티타외엔 써먹을 데가 전혀 없는 활을 그렇게 고생해가며 만들고, 또 그 활의 주법을 익히느라 그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잘라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텔마니의 이 LP들은 시종 놀라며 '아, 그게 그랬어?'를 되뇌게 합니다.


참 행복한 토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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