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사람....
2017.01.21 11:10
대학 일학년 방학을 맞은 딸이 있습니다.
제 대학 시절도 그랬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얼마전부터 귀가하면 늘 앓던 두통거리가 바고 제 딸이였습니다.
일단 불규칙적인 귀가시간을 가지고 왈가왈부했다간 제가 바로 집안에서 이상한 사람이 돼 버린다는 건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바이구요,
오전 6시 취침 - 오후 2,3시 기상이란 생활패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 딸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방학이라고 그렇게 뒹굴고만 있지 말고 아빠 회사 따라와서 여기저기 정리도 하고 엄마 디자인 해 놓은 것 pc로 옮기는 작업도 도와주라구요. 마침 내일이 한가한 토요일이니 바로 내일부터 시작하자구요. 얼마 줄거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늘 주는 용돈에다 어쩌구 그랬더니, 올해 정부에서 발표한 최저 시급이 얼마구 아빠 그러면 내가 어디다 고발을 한다는둥...........
아무튼 일어나기 싫어하는 딸내미 깨워서 회사로 데려 왔습니다.
제 방에서 로스트로포비치의 브리튼을 올리고 있는데 딸이 빼꼼하고 얼굴을 드미네요 :
"아빠, 이 곡 뭐야?"
"응, 브리튼"
"이거 말고 뭐 좋은 거 없어?"
"좋은 거? 얼마든지 있지."
루드비히 횔셔의 브람스로 바꾸어 줍니다.
그리고 딸의 표정을 살피니 여전히 이상하다는 표정입니다.
그래서 샤프란의 바하 무반주 3번으로 판을 갈았네요.
그제서야 의자에 앉아서 뭘 좀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그래서 전 시간 - 세월을 뛰어넘는 바하의 천재성에 대해 상념에 빠져보나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딸내미가 벌떡 일어서더니 :
"아빤 참 이상한 사람이야."
그러면서 쾅하고 나가버리네요.
우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구하는 딸에게 더욱 고가의 lp를 들이댄 이 아빠의 속물근성에 스스로의 뺨이 붉어지는 아침이였구요,
세대 차이 혹은 cultural difference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게 하는 아침입니다.
'음악감상'이라면 핸드폰과 그 성능과 청각에 미치는 해악이 검증되지 않은 커널형 이어폰이면 끝이리고 생각하는 제 딸에게 두벽면을 가득 채운 LP와 CD의 장식장과 수시로 드나드는 괘짝들이 무얼 뜻하는지를 설득시키기 이전에 말입니다......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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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2017.01.21 11:28
-
어제 밤에 스키장 간다고 아들놈 불쑥 자기차
두고 내차를 타고 가네요.
그것 까진 좋은데 아들놈 차 바꿔 타고 가면서
차 펑크났으니 펑크 좀 떼워달라고 하고 가네요..ㅋㅋ
여기 까진 그래도...
아침 펑크 떼우러 갔더니 기사님 왈 충격을 받아서
휠이 찌그러져서 세는거라고 갈아야 한다고...ㅠㅠ
휠 까지 갈아 줬습니다.
누굴 닮아서 저 모양인지..ㅋㅋ
음악과 오디오는 물론 관심도 없어요^^ -
참고로 제 아들 놈은 장가 가서 올 6월에
절 할배 만들 놈 입니다.
아직도 믿없지 못하니..ㅎㅎ -
박성준
2017.01.21 12:49
아이구! 축하가 늦었습니다~~^^ -
손주 맞을 준비가 안됐는데
제 맘은 딸래미 하나 낳고 싶은데..ㅋㅋ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권오준
2017.01.21 11:57
요즘 TV 프로그램중에 유명 기획사 대표들이 신인가수 발굴 평가하고 그러는 프로그램 있던데 같이 보시면 음악적 눈높이가 좀 비슷해지지 않을까요.
-
쉬ㅋ 암에 쉬ㅋ 플린스네요.
상콤하면서도 퐌타스틱한걸 틀어주시지.. 라디오헤드.. 그런거
아빠가 잘못했네요. -
김욱동
2017.01.21 17:01
많이 잘못하셨네요.
ㅎㅎㅎ -
장기찬
2017.01.22 09:17
저는 핸드폰으로 음악 듣는 중1아들 주려고 6AQ5 PP 앰프를 만들었습니다-블루투스도 되게- 그런데...지 방에 놓을데 없다고 됬다네요...핸드폰이 편하다고...ㅠㅠ
그래서 제방에서 라디오 듣는데 쓰고 있습니다..소리 괜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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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잇, 댓글에 사진.. 어떻게 넣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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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더라도 또 곡에따라 좋아하는 곡들이 다르니.. ㅎ..
어렵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