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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뮤칼럼

아날로그시리즈1 ‘진맛’ 아날로그

2007.12.10 00:13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8632 추천:327





음악듣기의 ‘진맛’ 아날로그*


영화 음란서생에서 “꿈에서라도 맛보고 싶은 것을 ‘진 맛’이라” 했다. 오디오로 듣는 음악에서 진정 꿈에서라도 이루고 싶은 경지의 ‘진 맛’은 아마 아날로그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시작한다.





현대의 아날로그, 예전과 많이 달라졌고 또 달라진 만큼 변화를 견뎌내는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아날로그인 LP의 음을 재생하는 모든 기기의 상황이 이전과는 크게 바뀌었다. 종종 예전과 천양지차의 모습을 보이는 카트리지, 톤암, 턴테이블, 포노 앰프을 만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빈티지 애호가의 댁에서는 세월을 견디는 향기를 맛보기도 한다. 오랜 세월의 변화라는 요소에 설계와 재질의 변화라는 측면이 더해져 오늘날 우리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아날로그를 경험하고 있다.

필자는 먼저 변화와 다양성과 그리고 발전이 어떻게 우리를 오디오의 진 맛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가를 이 지면을 통하여 이야기 해 보고자한다.


우선 LP와 집적 접촉하는 마이크인 카트리지의 변화는 오래된 초기형태 카트리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그 변화의 추축은 무엇보다 기술과 재료 그리고 설계인데, 카트리지는 일종의 발전기이고 그 발전 방식에 따라 크게 MM 그리고 MC로 나누어지며 이 지면을 통해 우리가 주목하여 살펴볼 형식의 카트리지는 MC(Moving Coil)이다. 골치 아프다는 턴테이블 세팅의 목표인 정확한 재생음을 담아내는 시발점이자 종착점도 결국은 카트리지, 그것도 카트리지 맨 앞에 접착제로 붙어있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다이아몬드(혹 루비) 바늘이 LP 표면과 만나는 각도와 위치설정이다. 카트리지를 제 위치에 설치하고 마음 놓고 음악을 듣는 일은 아마 가장 단단한 물질인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바늘 끝이 정확한 크기와 형태로 연마되어있고 더욱이 캔틸레버 끝 정확한 위치에 붙어있으리라는 믿음에 근거한다. 그 믿음에 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이 대목에 이르면 아날로그에서 정밀 기술과 재료의 발전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현대 기술혁명이 아날로그에 미친 영향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캔틸레버(소위 바늘)도 이전의 알루미늄이나 철심과는 달리 요즘에는 보론,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등 여러 재료가 사용되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 뒤편에는 고무 플라스틱 실리콘 등이 이용된다. 또 카트리지 내부에는 코일이 감겨있고 영구 자석이 위치하는데, 자석이란 날이 갈수록 자력은 떨어지고 플라스틱이나 고무는 시간에 따라 경화된다. 더 좋은 조건의 물질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더 고성능 카트리지는 계속해서 출시될 것이다.
이 정도만 말하면 아마 카트리지를 사재기하는 일의 어리석음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톤암, 이 부분은 또 어떠한가? 암튜브, 베어링, 웨이트, 헤드, 내부배선 등 모든 요소의 재료와 설계가 변화 발전하였다. 건설현장의 피봇 크레인이나 조선소의 크레인과 유사한 구조를 지닌 톤암은 카트리지를



묶어놓는 곳이며 그 나름의 작용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사실 소리에 미치는 영향은 심대하고 재료나 설계에 따라 천차만별의 변화를 보여주는 기기가 바로 톤암이다. 카본, 티타늄, 흑단, 플라스틱 및 우주선에나 들어갈 1/5000정밀도의 베어링이나 스프링이 사용되는 오디오 기기는 아마 톤암이 유일할 것이다. 그럼 이토록 정밀하게 만들었기에 완벽하게 LP의 소리 골을 따라가 주는가 하면 톤암이 가지는 질량과 소리 골을 따라가면서 생기는 ‘흔들림’이라는 문제로 인해서 전혀 그렇지 못하다. 또 자체 공진을 지니기에  원하지 않는 착색도 생긴다.








다음은, 아날로그 음악에 무대 음향(hall tone)을 만들어 주는 턴테이블이 있다. 육중한 놈부터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가벼운 것까지, UFO같은 황당한 생김새부터 맷돌같이 우악스러운 놈까지 현대 건축의 한 단면을 보는 듯 천태만상의 형태를 드러내는 턴테이블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독특한 형태의 턴테이블이던 오직 정확한 속도로 시계방향으로 도는 길 한 길 뿐이다. 분당 76, 45, 331/3라는 속도라는 환경을 얼마나 정확하게 만들어 주는가의 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재질과 구조에 따라 상상 이상의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밀 베어링, 나무, 아크릴, 황동, 스테인리스 스틸, 오일 플로팅, 진공 흡착 등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현대기술이 도입되는 곳이 이 턴테이블이며 이 모든 기술과 물량으로도 실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 아날로그(아날로그라는 말은 ‘비슷한 것’이지 ‘실물’이 아니다)이며 오디오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 외 포노앰프, 스텝업 트랜스포머, 해드앰프 그리고 내부배선의 차이에 따라 무궁한 변화를 더하여 애호가의 머리와 마음을 복잡하고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하는 것이 바로 아날로그일 것이다.

지금까지 아날로그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열거하여 새로이 아날로그에 입문하고자 하는 애호가에게는 도무지 손을 대고 싶지 않은 분야라는 경각심과 더불어 기존 애호가에게는 각자의 시스템에서 느끼는 부족함과 아쉬움 그리고 아날로그에 대한 갈등과 주저함을 자극하여 절로 짜증이 나도록 염장을 질러보았다.


그럼 이러한 절망가운데 처음 약속했던 ‘희망의 나라’인 ‘진 맛’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필자는 아날로그 그 자체만으로는 부족한 그 20%(왜곡을 포함한 그 모든 것을 합쳐서, 2%가 아님)를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의 손길’로 채움으로 이루어진다고 본다. 아날로그로는 내가 그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오디오를 세팅하고 음반을 선택하여 음악을 연주하는 소위 ‘아무나 하는 “오디오 연주가론”’이 아니라 내 손으로 소리 하나하나를 선택하고 조합하며 조절하고 만들어 나아가서는 결국에는 ‘나’를 표현하는 소리를 완성해 낸다는 의미 즉 내가 내는 소리의 ‘소리의 제작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아날로그 기기들의 재료와 설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고 하여 구형 빈티지 아날로그 기기들이 견뎌 온 세월의 향기가 무뎌지는 것은 결코 아니며 빈티지는 빈티지대로 그 찬연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구루미오가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를 녹음하고 마스터 테입으로 처음 만든 판을 틀어 검청했을 때의 그 소리, 이상하게 리마스터된 비틀즈가 아닌 비틀즈 맴버가 라디오방송을 통해서나 집에서 들었음직한 오리지널 “Norwegian Wood”가 궁금하고 그 향기에 취하고 싶다면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는 너무나 명확하다. 그 보다 더 좋은 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필자는 감히 이를 ‘사족’이라고 말한다.





전해져 내려오는 공식대로 최고의 빈티지 오디오에 최고의 빈티지 소스 기기를 통해 빈티지 음악을 초반으로 들을 수 있다면 이는 아마 현재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호사이고 진정한 하나의 ‘진 맛’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모든 LP가 다 빈티지 초반의 시대나 모노음반으로 출시된 것만은 아니고, 카트리지를 포함한 당시 아날로그 기기를 수급하고 보수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며. 또 앰프와 스피커는 현대기기이며, 아날로그 이외의 소스인 CD와의 균형을 생각하고, 요즘 추세인 고음질의 추구 등의 요구로 비틀즈나 애니멀즈(Animals)를 들을 때도 예전 아날로그와는 다른 현대 아날로그 기기를 선택할 수밖에는 없는 현실이다.

그러면 현대 하이엔드 아날로그 시스템과 빈티지 시스템을 구동하는데 재료와 설계의 혁신이 아닌 사용자로서 우리가 느끼는 차이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를 극복할 것인가? 필자는 이를 ‘견적과 세팅의 차이’를 통해 극복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본다.

LP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을 때를 회상하자면, 이때에는 아날로그를 마치 요즘 CDP와 비슷하게 사용하였다. 있는 턴테이블에, 달린 암에다, 달려온 카트리지로 듣다가 바늘이 닳아서 소리가 갈라지면 똑같은 바늘 청개천이나 전파상에서 바늘만 바꾸어 끼어 아주 기꺼이 즐겁게 음악을 들었다. 그 때는 카트리지, 톤암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턴테이블을 선택하기도 하고, 매칭하는 포노앰프나 트랜스를 카트리지 특성에 따라 달리해야한다고 결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당시 그저 소리 좋은 카트리지는 콧수염이(Shure V이나 pickering) 달렸으며 조금 더 비싸다고 알고 있었다. 지금 아날로그를 골치 아프게 여기시는 분들이 아마 아날로그를 CD와 견주어 생각거나 위의 생각과 비슷하기에 골치 아파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현대 아날로그의 가장 큰 장점은 골치아파하는 부분인 아마도 이전과 달리 각 기기가 ‘특색’이 뚜렷하고 종류가 많기 때문 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특색을 지닌 기기를 그 성질에 맞추어 조합하여 더욱 더 큰 효과를 느낄 수 있고, 이런 조합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그 ‘진 맛’의 소리에 더 근접 할 수 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런 조합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전 아날로그에서는 일정부분 도외시했었던 부분 즉 기기의 ‘견적’에 대한 배려와 기기간의 ‘세팅’에 대한 지식과 관련한 생각이 필요하다.

만약 누군가 하뮤회원님댁을 방문하여 CDT, DAC, 각 기기에 붙어있는 PSU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굵은 케이블을 보고 혀를 내두르며, “소리차이도 없는 것 같은데, 이런 것들이 뭐에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깊이 있는 대화의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디오라는 취미의 세계에서는 그냥 기기를 사서 연결한다고 내가 듣고 싶은 소리를 내서는 결코 안 되는 곳이다. 기기는 그저 기기일 뿐이지만 이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이는 애호가의 손길과 정성이다. 이전과는 달리 아날로그는 그 정성이 조금 더 필요한 곳일 뿐이며 정성을 들인 만큼 어느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나만의 소리로 보답을 하는 것이다.

21세기에 아날로그로 만들어가는 오디오의 ‘진 맛’은 이곳 바로 ‘견적’과 ‘세팅’에서 시작한다. 기기의 견적과 사양을 몰라도 아무런 하자가 없었던 시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이전과는 달리 현재는 견적과 사양에 따라 선택을 해야 하는 시대이다. 즉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날로그가 아닌 선택하는 아날로그로 변신하였다. 이는 이제야 아날로그가 본격적인 취미의 영역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며 취미는 바로 ‘선택의 자유’이기에 끝없는 변신과 도전 그리고 완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만약 아직도 아날로그가 선택할 수 없는 필수였다면 필자는 아마 ‘디지털’이라는 취미를 가졌을지도 모른다.

오디오의 진 맛으로서의 아날로그는 내가 만들어 완성해 가는 소리라는 취미의 극한에 위치하기에 오디오라는 취미 가운데서도 최고의 ‘취미’가 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진 맛’이 될 수밖에 없다.

오래된 LP의 재킷을 만질 때 느껴지는 예술적인 인쇄와 촉감 그리고 냄새 및 속지를 통해 레코드음악이 단지 연주의 녹음이 아니라 우리시대 인간이 도달한 최상의 문화임을 느낄 수 있고, 그 안에 잘 보관된 12인치짜리 소리를 담은 판화를 통해 예술을 알 수 있으며, 그 소리를 재생함으로 내가 그 문화와 예술에 동참하고 있음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LP라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이를 현실화 하는 최적의 아날로그 시스템, 이것이 오디오의 ‘진 맛’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글은 월간 오디오에 연재했던 원고를 수정, 증보한 것으로 이후에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임.



글     하이파이뮤직, 이호영
편집   하이파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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