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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뮤칼럼

오디오 잡지와 딜러 그리고 동료

2006.10.25 22:48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7244 추천:422




아마 오디오의 세계만큼 수확체감의 법칙(law of diminishing returns)이 잘 적용되는 곳은 없을 것이다. 경제학도는 아니지만 대충 설명하자면 이는 기존의 생산량에서 노동력등을 더 투자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생산량이 증가하지만 그 이후로는 증가세가 하락한다는 경제학 법칙을 말한다.

이 이론을 오디오에 적용해 보면 처음에 오디오를 시작해서 총액 1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는 소리가 눈이 돌아가게 좋아지지만 500만원에서 천만 원의 차이는 이전보다 적어지고 그 이후의 차이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법칙에는 자금문제 뿐 아니라 귀 또한 적용대상이어서 맨 처음에는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었으나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귀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적응되면서 수확체감현상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이 이론은 딜러에게는 복음이겠지만 업그레이드의 유혹에 견디지 못하는 우리 애호가들은 용산과 세운상가라는 불을 향해 돌진하는 한 마리 불나방이 되어버리도록 한다. 불에 타버리는 불나방들의 소원이자 구호는 “내 귀를 완전히 만족시켜줄 마지막 업그레이드!” 아니겠는가? 하지만 꿈의 경지인 ‘마지막 업그레이드’는 몽상가들의 구두선일 뿐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 되고 만다.



매년 때가되면 What HiFi 혹은 Stereo Sound 또는 Stereophile에서 Editor's Choice, Best buy를 뽑는다. 요즘에는 잡지 판매부수 올리려고 매호 지금까지의 족보를 게재하는 곳도 많다. 거기에다 오디오상점에서는 상 받은 물건을 싸게 줄 듯한 느낌을 주는 선전을 한다. 보통 오디오 초짜들은 이걸 들고 용산에 간다. 가서 한바퀴 주욱 들러보고 상점 주인과는 제대로 통성명과 용건도 못 건네 보고는 삐쭉거리다 나와서 6층 푸드코트에서 자장면을 씹으며 비분강개를 하여 우리나라 오디오계의 낙후성과 비리와 부조리를 개탄한다. 그런 후 인터넷 장터를 밤낮으로 검색하고 누벼 우여곡절을 거쳐 원하는 기기를 들여놓는다. 물론 소리야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고 사실 구매가격도 그저 그렇지만 그 빨개진 눈에는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의 생각에 이런 웃을 수도 없는 희극의 원인은 일차적으로 오디오 잡지가 제공한다고 본다. 잡지라는 것은 오디오산업의 산물이기에 광고나 업체의 호응이 없으면 유지하지 못한다. 근원적으로 잡지는 업체편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평론가들의 평론은 시스템으로서가 아닌 단품을 평가하게 되는데 어떤 기기든 시스템 매칭을 떠나서는 “바로 이거다”라고 말할 수 있는 기기는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인데도 평론가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Editor's Choice, Best Buy를 만들어 낼 것이고, 오디오쟁이들은 초짜, 중짜없이 이 기기에 대한 환상으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울 것이다.

다음으로 이 코미디에 참여한 오디오샵의 연기 역시 비중이 막중하다. 물어보면 열이면 열 다 하는 말은: “도무지 샵을 믿을 수 있어야 거래를 할 것 아닙니까?” 혹은 “다 도둑놈이닷!”이다. 참으로 맞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한 말이다. 몇몇 샵을 제외하고 용산에 있는 많은 샵의 주인들은 소리에는 어둡고 가격에는 밝다. 그러니 슬프게도 고객과의 상담에 가격 외에 할 수 있는 조언은 오디오 배달에 관한 사항밖에는 없게 된다. 로버트 할리의 [하이엔드가이드]라는 책에서 첫 장에서 좋은 딜러를 강조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첫 장부터 헛발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길! 아직 희망의 사과나무를 심을 땅도 있고 사과나무도 종종보이니까.  

마지막 그 코미디를 코미디로 만든 장본인이 있으니 그것은 오디오쟁이 자신이다. 돈 버리고 몸 버린 것도 억울한데 무슨 말이냐? 하겠지만, 오디오도 사람의 일이다. 억지로 맞지도 않는 기기를 사는데 모든 예산을 다 쏟으면 정작 사람에게 쏟을 자금과 시간이 없어진다. 가끔 샵에서 도사연하는 사람이 한여름에 검정색 오버코트를 입고 어께에 힘주고 인상 쓰면서 “오디오는 혼자서 하는 것이다!”하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런 말은 그냥 지나가는 개가 한 소리로 치부하면 된다. 물론 ‘혼자’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야 하겠지만 우리나라 같이 비싼 기기만 들여놓으면 세팅이나 매칭이나 시스템에 상관없이 좋은 소리가 나온다고 우기는 곳에서는 ‘혼자’ 보다는 ‘같이’가 훨씬 더 유리하다.

혼자’가 되려면 먼저 ‘자기’가 원하는 소리, ‘자기’가 만들어나가고 있는 소리, ‘자기’가 아닌 소리 그리고 ‘자기’가 서 있는 위치를 알아야 ‘혼자’가 가능하다. 지금 열거한 이 ‘혼자’와 ‘자기’는 초짜, 중짜 그리고 왠간한 고짜에 이르기까지 해당사항 완전히 없음이다. 실제로 가끔 고수임에 틀림이 없는 사람이 이상한 소리 만들어놓고 사람들을 불렀다가 졸지에 고수에서 막귀 되는 경우도 여럿 보아 왔다.

또 어떤 식의 연주회이든 자주 가서 실제 악기 음에 대한 감각을 가져야 한다. 마누라 목소리로 소프라노가수의 소리를 짐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학습용 앤젤 리코더로 오보나 클라리넷을 상상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것이고 풍금이나 멜로디 혼으로 높은 천정의 교회에서 울리는 파이프오르간을 떠올리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지겹다.

마지막으로 샵이던 고수이던 상대를 믿고 인정해야 한다. 생각 외로 좋은 조언을 해주고 좋은 세팅을 해줄 수 있는 샵은 있고 이 샵의 정당한 이익을 인정해 주고 딜러의 충심어린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면 직거래를 통해 얻는 기기에 비해 조금 비쌀 수는 있지만 직거래에서 산 기기에서 보다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 그러니 먼저 내 소리를 잘 알고 내 시스템과 세팅을 언제나 믿고 맞길 수 있는 단골을 만들어 놓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또 동호인을 믿고 인정해야 한다. 나보다 귀가 밝다면 내게 좋은 조언자가 되는 것이고 나보다 귀가 어둡다면 더불어 토론하면서 더 좋은 소리를 찾을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오디오를 하면서 느끼는 돈은 돈대로 몸은 몸대로 귀는 귀대로 깨지는 수확체감의 법칙은 비싼 기기만 가져다 놓으면 무조건 좋은 소리가 난다는 망상에 잡지의 왜곡된 정보가 그대로 유입되어 돈 쓸 Best Buy를 못 찾아 몸이 달아올라 버린 ‘혼자’가 체감하는 일이다. 믿고 인정할 수 있는 좋은 동료와 좋은 딜러가 함께하면서 오디오를 기기가 아닌 시스템으로, 베스트바이가 아닌 베스트 매칭으로, 에디터스 초이스가 아닌 오디터스 초이스(Auditor's Choice)로 그리고 화려한 싱글이 아닌 즐거운 여럿으로 간다면 아마 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점철되었던 기기들이 수확체증의 시스템으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글      이호영
편집   하이파이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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