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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뮤칼럼

라스 베이거스 CES 참관기 <2>

2005.01.31 09:45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13236 추천:574




심판의 날 Judgement Day




1월 6일 쇼의 첫날이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
우리의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손님 맞는 방법을 가르쳐주고는 무정하게 자기 일 보러 휑하니 나가시고 덩그러니 남아 마음 만으로라도 유능한 사원이 되고자 애쓰며 서성거리고 있었다.

보통 첫날에 기대하는 것은 소위 수입상이나 제조업자간의 관계를 맺는 Trader's day이다. 사실 필자도 이날 여러 곳을 돌아보고 이전 쑈에서 보던 친구들과는 우애를 돈독히 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 가능한 다각적인 관계를 맺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무정한 CES에서는 이런 날을 따로 만들지 않았고, 이 것은 각자가 알아서 하라는 말과 비슷했다. 무정한 사장님은 자리를 뜨셨고 영어를 잘 못하는 디쟈이너께서 제품 설명을 바라기는 힘드니 내 맘대로 트래이더스 데이는 물 건너 간 일이었다.




*MSD의 스피커를 청취하는 관객들


어쩔 수 없이 쑈룸에서 오고가는 손님과 수입상과 언론에서 나온 사람들을 맞으며 “안녕하세요” “앉아서 들어보시지요?” “본 제품은 디쟈인상을 수상한 제품으로...”, “달과 별 그리고 지구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독일제 아큐톤 유닛을 사용하고 듀랄미늄과 스테인레스 스틸을 사용한 수제품으로...”, “가격은 아직 미정이지만 쑈를 마친후... ”를 섞어가며 시종일관 방실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잔득 기대했던 운명의 날은 허망하게 지나가고 저녁식사에 모여 사람들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 보다는 더 좋았음을 자평한 뒤 한 병의 맥주와 함께 구겨져서 잠이 들었다.



*아, 비오는 날의 썰렁함이여!


다음날 금요일 기대하지는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지만 비가 뿌리고 있었다. 사실 이 날 최고조의 인파를 기대한 날이었지만 라스베이거스의 폭우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고 똑 같은 일상이 계속되었다. 이런 때 놀면 뭐하겠는가? 그러지 않아도 눈 맞추어 둔 옆방의 아가씨와 잠시 한담을 나누고 점심시간 이후에 기대하던 쑈를 한번 둘러 볼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을 다 만날 시간도 없었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귈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사실 쑈에서 오디오제작자가 바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것이고 다음은 동업자간의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특히 CES 같은 곳에서 수입업자, 딜러 및 동업자간의 관계는 다음해의 더 좋은 수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번 쑈에서 사귄 몇 친구들은 다음해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주기도 하였다. 물론 우리쪽 역시 상대편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어야 함은 불문가지의 상황이다.


쓸데없는 잡설은 이만 그치고 이번 쑈의 특징을 함 살펴보자:

잠시 언급했듯 이번 쑈의 특징 중 하나는 더 많은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도입이다. CDP와 DAC프리앰프를 만드는 우리나라 기업인 April Music조차 클리어오디오의 협찬으로 아날로그 플레이어를 비치할 정도였다. 턴테이블과 LP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필자로에게 이런 아날로그의 새로운 전성시대를 대함은 물만난 고기같은 느낌을 주었다.

토렌스를 필두로 클리어오디오, 베이시스등이 많은 턴테이블을 출품하였다. 아시다시피 LP용 턴테이블이란 90년대 초반에 이미 죽었었던 매체였다. 그러던 것이 CD의 단점, 차세대포멧의 지진부진함을 틈새로 새로이
등장한 것이다. 업체의 입장으로 보아도 팔리는 아날로그가 않 팔리는 SACD보다는 더 좋을 것이며 또 디지털 보다는
중고의 의미가 덜하기 때문에 새 판을 팔기 좋을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작년에 팔린 아날로그 LP가
전년에 비해 4배에 이르고 턴테이블도 2-3배의 판매 신장을 이루었다고 좋아하고 있었다.
이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결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죽은 줄 알았던 또 하나의 재밋는
장난감이 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음악을 듣는데 꼭 하나의 소스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소스가 주는 형식의
번거로움이나 복잡함 혹은 세팅의 묘미 역시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한다. 이런 의미에서 취미로서
아날로그는 아마도 최고 가운데 하나라고 해야 할 것이다.



*클리어오디오의 쇼룸.




*토렌스의 쇼룸.



*베이시스에서 새로 출시한 무식하게 생긴 턴테이블.



*카트리지 헤드쉘 위에 붙여놓은 아날로그-디지털-컨버터 ADC



다음 특징은
스피커 인클로져 재질의 변화가 아닐까 한다. 필자가 참여한 업체역시 금속으로 예술적인 스피커의 통을
만드는 곳이지만 다른 많은 업체에서도 전통적인 나무가 아닌 금속재질이나 인조대리석등을 이용하여
스피커의 인클로져를 출품한 곳이 많았다.


*록포트 테크놀로지의 스피커 단면



*MSD의 금속 스피커와 필자



*재밋는 모양의 안토니 갈로 스피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특징은 아마 디지털앰프의 도입일 것이다. Jeff에서 출품한 디지털 앰프는
하이파이뮤직에서 한 리뷰로 볼 수 있듯 덴마크의 ice power를 이용한 것으로 여러 스피커업체에서
대여를 신청하여 이 앰프로 자사의 스피커를 구동하고 있었고(사진은 본 하이파이뮤직의 리뷰참조)
또 나그라에서는 재미있게 생긴 앰프를 새로 출시하여 주목을 끌었다.



*피라밋형으로 앰프를 만든 나그라


그 외에 주목할 만한 앰프업체나 케이블 업체에서 신제품을 여럿 내 놓았다.

그 외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일로 중국계 업체나 일본 업체의 색다른 모습이 재미있었다.  

미국이라는 곳에서 그것도 하이엔드 오디오 쑈에서 보면 옆에 있던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중국 업체의 선곡은
지겨울 정도로 좋지 못했다. 문을 열어놓고 크게 틀고 있는 Kenny G의 음악을 나흘 내내 들어야 했던
내 마음을 그네들은 알아줄까? 가끔 보면 참으로 무례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대표적인 일본업체인 어큐페이즈에서는 마치 사무라이와 부하들의 집단인양 자기들끼리 ‘하이’ ‘하이’를
연발하며 촌티를 만방에 펼치고 있었다. 들어와서 듣는 사람도 마스터 제다이(Jedi)에게 한 수를 지도 받는
수련생같은 태도를 하고 있었다. 외부인으로 그들의 완벽하게 다른 태도를 보면서 무척이나 큰 문화적인
충격을 받아야만했다.

일본인의 경건성과는 완벽하게 다른 이들은 아마 쑈가 열린 시간 내내 열심히 술파티를 벌인 맨리오디오일 것이다.
그네들의 오디오에서는 우리나라로 치면 응원가(national anthem)를 틀어놓고 춤추고 노래하면 놀기를
그치지 않은 무척이나 유쾌한 친구들이었다.

그 외에 자기네 스피커만이 방의 음향적 구조에 따른 음색의 변화가 없는 최고라고 떠들던 화제의
스피커 메이커 파이프 드림(pipe dream: 마약의 이름)등이 떠오른다.



*파이프 드림의 스피커를 시연하며 떠드는 모습


차세대 포맷이 “이것이다 저것이다”라고 논쟁하지만 진정한 차세대포멧은 아마도 컴퓨터 기반의 mp3일 것이다.
현재 이 차세대포멧을 리드하는 기기는 두 회사에서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iRiver와 Apple에서 나온 iPod가
그것이 아닐까 한다. 이 들은 대부분 크고 돈 많은 곳인 컨벤션센터에 자리를 잡았기에 하이엔드쑈나 홈 씨네마와는
상관없었지만 상당히 흥미가 진진한 곳이었고 이들을 취재하지 못했다는 점 무척이나 아쉬움이 컸다.


가장 성황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던 대망의 토요일 비가왔다. 질척거리는 우산과 우비로 들어온 사람들을
맞아 음악을 틀고 있는 내 마음도 무거웠고 마지막 날인 일요일 역시 비가왔다.
가져왔던 장비를 다 싸고 나서 밥먹으러 나가니 그 때야 비가 그치는 것이 아닌가?



*주변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의 모습.

아! 무정한 라스베이거스의 하늘이여!
너는 마치 네가 가득 채우고 내 돈을 털어간 슬롯머쉰과도 같이 무정하기만 하구나하는 탄식과 더불어
비오는 라스베이거스를 뒤로하고 엘레이로 돌아왔다.



3부 여흥편 Business is not my business로 이어집니다.



면빨

글: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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