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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뮤칼럼

라스 베이거스 CES 참관기 <1>

2005.01.23 10:30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9075 추천:482




라스 베이거스 CES 참관기




1.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사막에도 비가 내린다는 말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방문한 사막의 한 장소에서 거의 집중호우에 가까운 비도 맞고 눈도 맞을 확률은 그리 높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 라스 베이거스(Las Vegas: 정확한 발음을 위해 한글표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라는 사막의 綠州(Oasis)에서 열린 CES에 참석을 위해 머문 엿새 중 나흘 동안 필자는 눈과 비를 맞았으니 이 무슨 행운이란 말인가!


라스 베이거스의 이 기구한 행운(?)의 시작은 아주 작은 술자리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나의 長兄께서 평소에 알고 지내시던 오디오샵 주인과 MSD(Metal Sound Design)이라는 스피커제작자를 댁으로 불러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하셨다. 오고가는 술잔에 담긴 정담 속에 스피커제작자가 2005년 라스 베이거스 CES에서 디쟈인과 기술혁신 상(Design & Innovation Award: 위의 사진 참조)을 받았고 이 이유로 CES에 참가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들으신 장형께서는 쓸데없이 오지랍만 넓은 동생을 천거하고 즉시에 의기를 합친 그들은 집에서 꼬박 꼬박 졸고 있던 내게 전화를 하였다.

전화 내용으로 봐서는 건망증이 상당히 심한 내게 그리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고 잠결에 받았기에 무조건 좋다고 일관했다. 이것이 바로 비극의 탄생을 알리는 빵빠레였던 것이다.







제안 내용은:
딴 건 없고, 비행기 태워주고 밥 먹여주고 잠 재워줄 테이니 라스 베이거스의 CES에 가서 MSD를 도와준다는 것이었다.

시간으로 봐서 방학기간인데다 처음으로 가 보는 곳이니 재미도 쏠쏠할 것 같고 그리 나쁠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아무 생각 없이 덜컥 승낙을 하고야 말았다. 크흑! 내가 비행기 오래 타기를 죽기보다 싫어한다는 사실을 까먹었던(내 건망증은 바로 이것이다) 것은 내 불찰이었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하랴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인 것을!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은 가고 또 아무 개념 없이 칫솔과 속옷 몇별 그리고 CD몇 장을 챙겨서 드디어 엘레이(L.A.)의 톰 브래들리공항으로 향했다.

으~ 엘레이가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이야! 게다가 승객이 꽉 들이차서 마치 만원버스 같은 느낌의 비행기의 좁은 좌석에 앉아서 뭔 榮華를 보겠다고 주는 음식 꾸역꾸역 먹으면서 구겨 앉아서 이 고생을 하는지 정말 나 자신의 붕어 같은 지능을 탑승 시간 내내 원망하고 또 해야만 했던 시간이었다.

오! 드디어 미국, 訪美기념으로 공항 이민 심사관들에게 손도장 두개와 11시간 내내 고생으로 단냄새 풀풀 풍기는 이빨을 드리우며 사진도 한 장 박아주고는 밖으로 나와 정말 꿀 같은 담배 한 대! 그리고 핑그르 도는 머리를 하고 공항으로 마중 나오신 분과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도착한 엘레이에 비가 나리고 있었음을 깊이 자각할 충분한 시간이나 제대로 된 정신적 상태가 되어있지 못했다.

하이엔드 오디오가 갖추어져 있는 멋진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일어난 아침 뒷마당을 보니 상당히 매력적인 오두막이 언덕진 정원의 끝에 보이는 것 아닌가? 고양이는 호기심 때문에 죽는다고 했던가? 아! 못 말리는 나의 호기심은 당장 그곳에 가 봐야 한다고 명령하고 있었다. 냉큼 주인장의 허락을 받아 올라간 오두막의 호젓함과 여유로움이 참 좋았다는 감상평과 함께 내려오는 길에 결국 비에 젖은 계단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로 몇 계단을 굴러 내려오는 불상사가 벌어졌고 그 일로 무거운 것을 들기도 힘들었고 서울로 다시 돌아온 지금까지도 오래 앉아 있으면 엉치뼈가 아프다. 결국 호기심은 고양이 뿐만 아니라 호영이도 죽인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이제는 초원이 된 광활한 사막! 엘레이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가는 산맥을 넘는 길에 즐비하게 늘어선 준봉과 펼쳐진 사막 풍경을 보면서 느낀 감정이다. 정말 쑈만 아니었으면 그냥 저기 멀리 보이는 눈 덮인 雪山에 올라가고 싶었다. 아! 난 아무리 엉치뼈를 다쳤어도 진정 호기심에 목숨을 거는 고양이었고 방금 전에 얻은 쓰디 쓴 교훈을 잊어버리는 붕어였던가!





라스 베이거스로 향하는 차안에서 택배회사와 계속 한국에서 보낸 물건의 도착과 배달을 논의하는 전화 통화로 보아 마치 모든 걱정과 근심이(오디오 세팅) 오늘 밤 안에 다 해결되고 내일은 다른 부쓰들을 들러보고 유대관계도 조금 마련해야지 하는 야무진 꿈에 젖어있었다. 여기서 꿈과 현실의 괴리는 미국에서도 언제나 작용하는 자연법칙임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그 날 저녁 우리가 받은 물건은 "APRIL MUSIC EXIMUS"라고 쓰인 나무상자 세 개가 다였기 때문이다. 스피커는 무수한 전화통화를 한 이후에야 다음날 오전에 받을 수 있었고 또 무한한 자금력을 동원해 팁을 주고야 안전하게 2층 우리 쑈룸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꿈은 현실에 의해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 되어야만 했다.


라스 베이거스 알렉시스 파크(ALEXIS PARK) 리조트 호텔이라는 콘도:





그네들 말에 따르면 고성능오디오(High Performance Audio) 쑈는 공간의 크기 때문에 언제나 이 곳에서 열린다고 한다.

형편이나 조건은 머피 형님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이 상당히 조악했다. 2층이라서 더 그런지 입구에서 문 열고 들어오면 반대편에 위치한 앰프가 흔들거릴 정도의 나무마루에 싸구려 카펫으로 살짝 덮어놓고 뒷면은 싸구려 알미늄쌰시의 창문이 있고 전체 벽은 베니아로 마감한 그런 방이었다. 영국에서 많이 격어 본 공간이다. 이런 방에서 스피커에 달린 스파이크를 사용하면 스파이크가 마루바닥과 직접연결(Direct coupling) 되면서 방 전체의 나무가 같이 울리는 효과 한마디로 말해 방 전체가 스피커가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런 곳에서는 과감하게 스피커와 방의 연결을 끊어주어야 하지만 뭐 가져간 물건이 있어야 끊어주거나 이어준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할 수 없이 가져간 금속제 스파이크슈즈를 끼우고 방이 주는 음압상승효과를 즐기기로 편하게 마음먹었다.


(방 구조는 위와 같이 생겼다. 옆방에 침대가 있는데 창고로 이용했고, 거실을 청취공간으로 사용했다.)

요즘 자세가 나온다는 말이 선전에도 나온다. 이건 순전히 필자의 견해지만 이번에 상을 받은 스피커와 APRIL MUSIC의 EXIMUS는 아무리 같은 디쟈이너의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자세가 나오지 않는 아니 못하는 녀석들이었다. 게다가 준비되어있던 케이블은 청계천 권장소비자가격 1.000원에 어울리는 허접한 것들이라 소리차이가 아닌 그림차이만으로 명함을 내밀기에 상당히 격이 맞지 않았다. 앰프 제공업체인 APRIL에 달려가서 케이블을 공수 받았지만 결국 끝나는 날까지 멋진 그림에는 요원했다. 특히 스피커 케이블은 문제였다. 앰프 쪽 단자는 카다스에서 나온 스페이드(말굽)아님 싫어!를 외치는 놈이니 그냥 묶어놓기에 영 품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 때 불현듯 생각나는 말씀: “네 이웃을.........@#$%^ !” 가까운 케이블 업체를 우정 방문하기로 결심하고 옆쪽 방에 있는 스웨덴 케이블 회사인 슈프라(Supra)에 가서 사촌으로서의 우애의 표시로 담배를 한가치 선물하고 우리 방으로 불렀다. 우리방에 들어온 그들과의 대화를 대화체로 풀어보면:



A:“우아! 죽이게 멋있는 스피커다.”
A:“그런데 앰프가 별로 안 어울리네.”
나:“앰프는 디쟈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져온 것이니 신경 끄고 그냥 스피커만 봐봐!”
나:“그런데 케이블 단자가 문제다. 한번 볼래?”
A:"으잉! 이게 뭐야? 케이블이 개판이쟈나. 우리케이블로 말하자면 #$%^&*() 등등 하여간 죽이게 좋다!"
(자식 드디어 걸려들었구나 흐흐흐)
나:“그냐? 니네 케이블이 그렇게 좋냐? 그럼 빌려 줄래? 니네 케이블이라고 표시하면 좋겠다.”
A:"기다려 금방 만들어서 가져올게."


이로써 조금 그림이 되는 케이블을 마련할 수 있었다.


쑈룸의 음향적인 특성상 정확한 핀포인트 포커싱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방의 구조나 장식으로 보아도 스피커와 앰프가 들어갈 곳은 뻔했다. 앰프 밑에 뭘 받힌다거나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관계자 마다 다 사공이었다. 열심히 아는체하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무거운 스피커를 이리 저리로 돌리다가는 결국에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저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위의 우울한 하늘 사진을 통해 보이듯
2005년 1월 5일 라스 베이거스, 스피커를 옮기고 세팅한 오늘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만반의 준비였던 멋진 썬글라스는 무척이나 우울해 하는 듯 했다.


2부 Judgement Day 와 3부 Business is not my business가 이어집니다.


면빨

글: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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