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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뮤칼럼

기업협찬, 지원인가 거래인가

2005.01.03 19:33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6765 추천:465


기업협찬, 지원인가 거래인가  



재원조성은 입장권 판매 등 운영 수입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문화예술단체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정부와 재단으로부터의 지원이 극히 제한적이고 개인들로부터의 지원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문화예술단체가 손쉽게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은 일단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기업은 매출액 순위 몇 위권에 드는 식의 대기업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이나 문화예술단체가 활동하는 지역의 소규모 상점 등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그러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개인이나 재단 혹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과는 그 기본 성격을 달리한다. 물론 기업으로부터의 지원 역시 넓은 의미에서 재원조성 활동에 의해 획득하는 외부로부터의 지원 형태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성격상 대가를 전제로 하지 않은 공공기관이나 재단 등으로부터의 지원과는 달리 가치를 교환하는 거래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즉 일방적인 지원보다는 일정한 대가를 서로 주고받는 식의 관계가 성립되는 것이다. 여기서 문화예술단체가 기업에 대해 지불하는 대가는 직접적인 광고협찬 같은 것만이 아니라 기업의 대사회 이미지 제고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영역까지 포괄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경우 이러한 거래적인 성격을 염두에 두고 기업과의 관계를 형성해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업으로부터의 재원조성은 다른 재원 출처와의 관계형성과는 그 출발점부터 달라야 한다. 외부적으로 어떤 식의 공익적인 이유를 내세우든 실질적인 이유는 기업이윤의 장기적 창출기반 마련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접근해 가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나 재단 등 공공기관으로부터의 지원은 공익의 실현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목표 하에 지원신청서를 심사하여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에 한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기업의 경우 외부에 대한 지원을 할 때 공익의 실현이나 자선의 목적과 아울러 자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시장에서 보다 큰 이익을 내고자 하는 기업 본연의 목적도 중요시한다.

이로 인해 기업의 지원은 조건 없는 순수한 후원의 형태보다는 자사 혹은 자사 제품의 판촉 차원에서 광고와 같은 반대급부를 결합시킨 협찬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설사 기업에서 공익 혹은 자선이라는 지원목적을 내세우는 경우에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실현을 극대화한다는 목적에 이바지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에 의해 기업이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그 기업이나 상품에 대해 인지시킬 수 있으며 나아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높은 예술성과 결부되어 해당 기업이나 그 상품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갖고 있는 이러한 지원배경으로 인해 기업들은 가능한 한 신문이나 방송 등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지원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아울러 본사, 공장, 지점, 혹은 주요 고객이 위치한 지역의 문화예술단체에 지원을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단체들은 이러한 개별 기업의 특수한 지원의도에 대해 보다 세심하게 이해해갈 때 지원의 기회를 그만큼 많이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경우로서 어떤 기업은 그 공장이나 생산제품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완화시키기 위해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 공해를 유발시키는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지역주민들 다수가 참여하는 행사들(예를 들어, 연례 전통민속행사 등)을 지원함으로써 해당 지역에서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형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담배제조회사인 필립모리스의 진보적인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이러한 관점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문화예술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때는 그러한 지원의 장단점에 대한 신중한 분석이 요구된다. 실제로 필립모리스사의 경우 문화예술단체에 대해 상당한 지원을 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배제조회사라고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아직까지도 그 지원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들어서는 이른바 문화접대의 영역으로서 자사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문화예술 관련 행사에 대한 참석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새로운 형태의 기업 지원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들어 여러 기업들이 이른바 고객관계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보다 충성도가 높은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문화마케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들은 단순히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을 통해 미디어나 홍보물 등에 자사 상표를 노출시키는 것 외에 협찬의 결과 이루어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대해 자사의 고객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기업체가 50만 원 이상의 접대비를 지출할 때는 접대 상대방에 관한 사항 등 구체적인 명세를 기록해야 한다는 이른바 접대실명제가 도입되면서 룸살롱 등을 통한 음성적 접대문화보다 대외적으로 떳떳한 문화접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즉, 접대문화 자체가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접대비 지출 관련 제도의 변화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고도성장 사회에서 남성들을 중심으로 음주와 골프 등을 중심으로 한 접대문화가 자리잡아왔다면 이제는 접대 대상 자체가 남성들로부터 여성들까지 확대되어갈 뿐만 아니라 일에만 파묻혀오던 남성들이 점차 가정 중심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즉, 가처분 소득의 상승과 사회 문화의 변화에 따른 여가 문화의 질적 전환, 주5일 근무제 등에 따른 절대 여가시간의 증대, 일과 직장 중심의 생활방식에서 부부 혹은 가족 중심의 생활방식으로의 변화 등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라 거래처 상대방과 룸살롱을 한 번 가기보다는 그들이 가족과 함께 재미있는 뮤지컬 한 편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더욱 그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가족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어 갈수록 이러한 문화접대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 같은 비용은 접대비 항목이 아니라 협찬금이나 광고비 항목으로 계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더욱 선호할 수 있게 된다. 접대비 규제 한도에 구애받지 않고 지출이 가능한 것이다. 아울러 고급식당, 골프장, 룸살롱 등에서의 지출에 비해 오히려 비용은 적게 지출하면서도 거래 상대방의 가족에게까지 호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지출 대비 효과 면에서는 더욱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부부동반 혹은 자녀동반 이벤트의 개최를 통해 초대자에 대한 호감도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룸살롱 등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의 상품과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이른바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가치재와의 결합을 통해 초대기업의 이미지 제공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추세와 관련하여 예술의전당에서는 지난 해 오페라 ’리골레토’나 ’돈조반니’ 등에서 기업에 의한 단체구매가 전체 판매의 25% 이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법인 고객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광고협찬과 같은 단순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오던 기업으로부터의 지원형태가 문화접대, 혹은 개념을 더 확대하여 이른바 문화마케팅으로 발전해감으로써 점차 문화계나 기업 양 측에서 모두 윈윈 전략으로 활용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의 입장에서는 과거처럼 기업협찬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마케팅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예술단체의 재원조성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권의 경우 뮤지컬, 어린이 공연 프로그램 등에 대해 지원을 하고 이를 통해 얻은 티켓을 고객들에게 나누어줌으로써 공동 마케팅이나 우수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해나갈 수 있다. 은행에 대한 이미지 제고와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함께 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의 확산 배경에는 과거와 같은 틀에 박힌 방식의 서비스만으로는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자체의 차별성으로 인해 고객들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신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이 아닌 담에야 제품 자체의 차별성으로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더 적어지고 있다. 차선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기업 자체가 고유하게 가지는 이미지에 의한 접근과 함께 고객들에 대한 섬세하면서도 고품격의 서비스를 통해 경쟁 업체와 차별적인 서비스를 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접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우선 문화접대니 문화마케팅이니 하는 용어 자체가 문화예술단체 입장보다는 기업 입장에서 표현이고, 여기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은 접대나 마케팅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관점으로 인해 기업의 경우 예술 자체의 가치를 평가하기보다는 상업적인 목적과 판단기준 하에서 협찬 대상이 되는 예술상품의 가치를 판단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질적인 수준과는 상관없이 일회적인 이벤트성 이슈를 가진 공연에만 협찬이 집중될 우려도 있다.

이러한 기본 입장의 차이는 기업과의 관계형성 가운데 첨예한 이슈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기업의 기본 입장 자체가 옳지 않다고 주장하다면 더 이상 기업으로부터의 협찬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기업의 입장 자체에 대해 우선 이해하고 이를 감안하며 접근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부분은 기업 쪽에서 초대한 관객들의 경우 해당 공연에 대한 충실성을 가지고 개인적인 대가를 지불하여 참석한 기존 고객들에 비해 관객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이 감상태도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객들이 공연장의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들어 기업 협찬이 많은 공연의 경우 기존 관객들로부터 이러한 객석 분위기에 대한 불평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기업협찬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가능성에 대한 것도 염두에 두어 어느 정도 기간동안 이어지는 공연의 경우 아예 그 중 일부를 특정 법인고객을 위한 공연으로 하여 전체를 그 법인에 대해서만 판매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이른바 아마추어 초대 관객들로 인해 객석 분위기가 소란스러워 지는 것에 대한 기존의 충성도 강한 관객층의 비판을 비켜갈 수 있고, 아울러 공연장 로비 등에서의 리셉션 파티 등과 연계가 가능함으로써 단체구매를 한 기업입장에서는 자신이 선택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여 다양한 이벤트의 기획이 가능해진다.

모든 종류의 기회(Opportunities)는 위기 혹은 위협(Threats)의 얼굴로 변장하고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뒤집어도 마찬가지다. 위기적인 상황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업 협찬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은 외부로부터의 지원에 일정 부분 의존해야만 하는 문화예술 단체에 대해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만들어가는 가는 전적으로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해 가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용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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