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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뮤칼럼

예술상품의 가격과 할인 전략

2004.10.11 03:34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8195 추천:494




예술상품의 가격과 할인 전략



자신이 평생을 걸려 쌓아놓은 경력과 기량을 담아 만들어낸 예술작품에 대해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지는 것에 대해 달가워 할 예술인들을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으로서 좋든 싫든 자신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가격이 매겨져 유통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다만, 시장에서 가격이 매겨진 상품으로 유통되는 것이 그 예술상품에 대한 미학적 판단보다는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설정되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시장에서 예술작품의 가격이 매겨지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가장 기초적인 방식으로 제작원가를 계산하여 설정할 수 있다. 예술가 출연 사례, 대관료, 무대제작비, 기획 및 마케팅 관련 경비 등 작품 제작에 소요되는 제반 경비를 총괄하여 이를 총 객석 숫자로 나누어 티켓의 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처럼 비용만을 고려하여 가격이 매겨지지는 않는다.

제작비가 얼마가 들었든 상관없이 시장에서 그 작품에 대한 수요가 가격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평생에 걸쳐 단 한 번을 보기 어려운 공연상품이 제공된다면 그 가격은 일상적인 제작비를 기준으로 한 것보다 훨씬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언제든 볼 수 있는 공연작품이라면 제작비를 고려한 가격을 매기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수요의 강도(强度)와 탄력성을 고려하여 여러 단계의 가격을 설정하는 가격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상품가격의 변화에 민감한, 즉 수요의 탄력성이 높은 계층을 잠재관객으로 설정하여 마케팅을 하는 경우 가격을 높이 올리기보다는 적절한 수준까지 낮추어 이들을 최대한 공연장으로 이끌어야 한다. 반면 가격에 상관없이 작품 자체만을 고려하여 공연장을 찾는 계층, 즉 가격에 대한 수요탄력성이 낮은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 가격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할 수 있다. 이러한 탄력성은 물론 관객의 특성만이 아니라 제공되는 상품의 희소성이나 미학적 가치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어떤 예술상품의 경우 그 상품 자체의 특성과 더불어 같은 관객을 두고 경쟁하는 유사 상품의 가격을 고려하여 가격을 설정하기도 한다. 유사한 대부분의 공연들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시장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 출연하는 예술가의 명성이라든가 그 밖의 특별한 요소가 가미되지 않고서는 이를 크게 넘어서기 힘들다. 또한 유사상품은 아니더라도 대체재적인 성격의 상품 가격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 연극공연의 티켓 가격이 영화관의 티켓 가격의 영향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현 공연예술시장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는 비용과 그 시간에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공연장에서 공연상품을 소비하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가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한 대안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요소들과 함께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상품의 경우 다른 상품들보다 가격을 조금 낮게 책정하여 가격경쟁력을 갖추거나 반대로 현저하게 높게 책정하여 명품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 내한하는 아티스트의 경우 가격이 낮게 책정된 것이 오히려 마케팅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종종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가격설정은 그 상품의 본래적인 미학적 가치와도 물론 연관이 있지만 제작원가, 수요의 강도와 탄력성, 유사상품 혹은 경쟁상품의 가격 등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된다. 예술상품의 판매자 입장에서 한 장이라도 더 많은 티켓을 가능한 한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의 차원에서 가격설정 전략이 구사되는 것이다.

이를 거꾸로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가능한 한 낮은 가격에 티켓을 구입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좌석에서 공연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지불한 금액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감동과 만족을 공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가격설정 전략에 다양한 할인혜택을 가미하여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서구에서 발전해온 전통적인 의미의 티켓 할인제도는 시즌할인제(Subscription)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통상적으로 새로운 공연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서구의 경우 우리와 달리 ‘2004-2005 시즌’ 처럼 매년 9월에 시작하여 이듬해 6월에 종료되는 2년에 걸친 시즌 형태가 일반적이다) 그 시즌의 주요 공연들을 담은 홍보물을 기존회원과 그 밖의 잠재관객들에게 발송한다. 그리고 전체 공연 혹은 몇 가지 특성에 따라 구성된 일련의 패키지에 대해 사전에 일괄 예매할 것을 권유한다. 이러한 일괄 예매에는 당연히 할인혜택이 따르게 되면, 그 밖에 좋은 좌석에 대한 우선배정, 프로그램이나 기념품 무료 증정 등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연장인 케네디센터(Kennedy Ceter for the Performing Arts)의 경우를 보면 시즌할인제는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클래시컬, 팝스, 패밀리), 발레, 현대무용(America Dancing), 실내악, 재즈, 연극 등 총 9가지 유형의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각 패키지들은 다시 더욱 세분화된 서브 패키지로 구분된다. 발레만 하더라도 요일별로 구분된 7가지 패키지를 따로 판매함으로써 관객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직장근무 여건에 맞추어 티켓을 예매할 수 있도록 하였고,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경우도 클래식 음악에 대해 작품 성격에 따라 세 가지 패키지를 구성하고 있다.

이처럼 서구 공연장이나 공연단체에서는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시즌할인제는 국내의 경우 그 동안 KBS나 서울시향 등 일부 단체를 제외하고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여러 공연장과 기획단체들이 광범위하게 비슷한 유형의 할인제도를 도입하여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 국내 대표적인 공연장에서는 연회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대관공연을 제외한 자체 기획공연의 경우 일정액을 할인해주는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연회원제도의 경우 자체 기획공연을 제외하고는 할인율이 크지 않기 때문에 가격설정에 따른 추가적인 관객확보 차원보다는 잠재관객의 정보를 확보하여 홍보에 활용하는 목적에 좀 더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자체 기획공연의 비중이 큰 LG아트센터에서의 경우는 서구의 공연장과 유사한 형태의 패키지 할인제도를 도입하여 매년 다양한 형태로 업그레이드시켜가고 있다. 2004년 시즌 공연의 경우에는 자유패키지와 장르별 패키지 할인 제도가 도입되었다. LG아트센터 패키지 할인제도의 강점은 LG아트센터의 브랜드 파워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점이다.  



LG아트센터는 그 동안 현대무용, 연극 등의 분야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들을 과감히 들여와 국내에 소개해왔다. 다소의 위험 부담을 감수한 이 같은 공격적인 기획이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LG아트센터는 지난 수년 간 국내 공연 관객들에게 ‘LG아트센터에서 기획하는 공연은 일정한 만족이 보장된다’고 하는 쉽지 않은 긍정적 이미지를 쌓아왔다. 이러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바탕으로 장르별 혹은 장르간 통합 패키지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약간은 낯선 단체의 공연에 대해서도 잠재관객들이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또 다른 유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부천문화재단의 경우도 운영하고 있는 복사골 문화센터의 공연에 대해 사전예매 할인제를 도입한 바 있다. 2004년 봄시즌의 경우 전체 공연 13편을 모두 예매할 경우 할인율은 40%에 달한다. 아울러 장르별로 추천공연을 묶은 지정패키지, 2편 이상의 공연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유패키지, 선예매 할인제도 등 다양한 할인제도를 도입하여 소비자들의 선택범위를 넓혀놓고 있다.



호암아트홀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경우 회원들에 대한 다양한 할인제도를 도입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크레디아의 경우 특히 회원제도에 차등을 두어 특별 회원에 대해서는 그 수를 100명, 1000명 등으로 제한하여 회원을 모집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참여 심리를 자극하기도 하고, 골드 마일리지제도라고 하여 일정 금액을 미리 예치한 고객에 대해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하여 티켓을 제공하는 형식을 도입하는 등 가격설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아이디어 사업을 기획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 좋은 공연을 많이 선보이고 있는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의 경우 선예매 할인제도와 패키지 할인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공연날짜를 기준으로 일정기간 이전에 예매하는 경우 상당한 금액을 할인하여 주고, 아울러 관객층이 비슷한 공연을 묶어 한 공연을 예매하는 관객에게 다른 공연에 대해서는 일정한 할인을 해주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한편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음반매장인 포노의 경우에는 뮤지컬 등 비교적 장기간 공연되는 작품에 대해 특정일의 좌석 전체를 일정액을 할인받아 제작사로부터 일괄 구매한 뒤 이를 자사 회원들에게 재판매하거나 음반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VIP 고객에게 선물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티켓링크와 함께 국내 티켓예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티켓파크에서는 티키 회원 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료로 운영되는 연 회원제 방식이지만 공연에 따라 10-30%까지 할인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공연매니어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공연제작사들과 연계하여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은 공연의 초대권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각종 이벤트를 통해 티키 회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티켓예매사에서는 각종 카드사와의 연계를 통한 할인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평일과 주말 공연의 가격을 달리 한다든가, 공연장 주변의 음식점과 연계하여 저녁식사와 공연상품이 결합된 패키지 상품을 기획한다든가, 기차나 고속버스편 제공과 묶어 공연관광상품을 기획하는 식으로 공연에 따라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 이를 적용해볼 수 있다.

이처럼 가격설정은 특정한 예술상품의 미학적 성격에 대한 판단으로 가격이 매겨지기 보다는 철저하게 마케팅 차원의 전략으로 구사되고 있다. 즉, 가격이 그 상품의 고유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상품이 시장에서 다른 상품과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연상품을 제작하고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기존에 안이하게 유지해왔던 가격을 고집하기 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입장에서 시장에서의 관객 반응에 유의하여 가격설정 전략을 수립해나갈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철저한 사전기획과 이에 기초한 마케팅전략의 수립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시나몬



글: 용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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