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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뮤칼럼

미제빈티지전문가 김형택씨 인터뷰 3부

2004.09.04 03:39

하이파이뮤직 조회 수:14036 추천:547




하 : 알텍 사운드를 즐기고 싶지만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입문용으로 추천할만한 알텍은 없을까요?

김 : 제 생각으로는 현재 상황에서 손쉽게 알텍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구하기도 어렵고 특히 요즘엔 예전에 비해서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폭넓게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본인이 위치해있는 오디오 과정에서 어떤 수준에 왔다고 생각하시는 분에게만 알텍을 권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에게는 알텍을 강력하게 권하지는 않습니다. 별로 도움이 될만한 게 아니거든요. 알텍을 들어보고 이 소리가 추구하는 소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분에게만 권합니다.

하 : 알텍 사운드라는 본질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 알텍 스피커와 알텍 앰프는 각각 어느 정도의 비중을 점하고 있을까요?

김 : 동일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전자공학에서 전자 증폭 회로, 그러니까 음향 재생용 앰프를 만드는 역사에서 알텍을 빼고는 사실 역사가 없다고 봐야합니다. 시작이 없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최초로 등장한 앰프다운 앰프는 웨스턴에서 만든 앰프들인데, 그 기술을 그대로 이어받은 회사가 바로 알텍입니다. 그러나 알텍 앰프들의 경우 프로페셔널 앰프들이 많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 앰프 설계의 역사에 있어서 초기 TR 시대까지도 알텍의 위력은 막강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축적이 타 회사로 많이 이전이 되었고 전체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져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알텍 앰프는 스피커의 명성에 못지 않은 아주 고급 제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알텍 앰프들이 언뜻 보기에는 투박한 듯이 보여도 워낙 본질적이고 교과서적 이론에 입각해 있기 때문에 아주 스탠더드하고, 고장이 적으며, 순수한 소리가 납니다. 어떤 쓸데없는 기교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하 : 앰프 역시 알텍의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었던 건가요?

김 : 그렇죠. 그리고 가정용 오디오들 중 Dynaco나 Heath 등등 많은 앰프 회사에서 알텍 회로를 채용했습니다. Marantz 9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로 알텍 1569하고 그 구성이 거의 흡사합니다. 알텍이 그 당시 가장 큰 회사였으니까요.

하 : 알텍은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분리된 회사로 알려져 있는데, 그 당시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던 건가요?

김 : 독과점 방지법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미 대법원에서 우선 전화 산업의 독점을 막기 위해 사업 구역을 나누도록 했습니다. 그 다음에 영화 산업을 나누었고요.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 웨스턴은 영화 산업에서 손을 떼기 시작하였고 그 장비들을 남미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요즘 E-Bay에 보면 칠레 같은 곳에서 웨스턴 앰프들이 간간이 나옵니다. 1940년대쯤에 남미 쪽으로 보낸 장비들이 이제서야 얼굴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 : 그후 웨스턴 일렉트릭은 전혀 음향 산업을 하지 않은 건가요?

김 : 웨스턴 일렉트릭이 그 이후에도 음향 산업을 하기는 하였지만 이전처럼은 아니고 소극적으로 하였으며 FM 방송국에 124 같은 걸 만들어서 납품하고 그랬던 정도입니다. 알텍에서 만든 음향 기기들이 웨스턴을 대체 할만큼 뛰어났기 때문에 알텍에서 만들어서 웨스턴 마크를 달아서 납품을 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그 유명한 755 A 스피커입니다.
   웨스턴의 경우 기기가 좋아도 값이 비싼 게 첫째 문제고, 두 번째는 광대역이 아닙니다. 우선 디지털 시대에 추종하기 위해서는 20KHz까지는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웨스턴은 10 KHz 정도가 오리지널이고 15 KHz를 넘어가는 부품들은 2 차대전 이후의 물건입니다. 알텍하고 비교해서 더 나을 것이 없습니다. 마크만 웨스턴이지. 웨스턴 마크만 붙으면 다들 '으악!'하는데 이건 잘못된 지식에 근거한 편견입니다.

하 : 웨스턴의 기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 웨스턴 일렉트릭의 오리지널 소리는 듣기가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합니다. 본질적인 웨스턴 사운드라면 앰프로는 86앰프나 91, 42, 43 같은 것으로 스피커는 TA 4181이라는 우퍼 두 알을 짜 넣은 C-5 베이스 빈 인클로저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인클로저의 넓이가 무려 2 미터입니다. 옆에 날개를 달면 4 미터에서 6 미터가 됩니다. 그래야 그 우퍼에서 정확한 저음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걸 스테레오로 구성하려면 폭이 12 미터가 되어야 하고, 거기에다가 가운데가 뚫려 있어야 하며, 또 양쪽으로도 조금씩 뚫려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또 이 인클로저 위에 15 구멍이나 20 구멍 짜리 혼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천장의 높이가 확보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가로가 최소한 20 미터는 되어야 하고 세로는 그것보다 조금 더 길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벌써 가정용 리스닝 룸이 아니라고 보아야 합니다.
제가 전에 알텍 A 4를 하나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하고 방출한 이유가 공간이 좁아서 소리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웃음). A4의 경우도 옆에 날개(Wing)를 걸어야 합니다. 그래야 소리가 앞으로 나가지 그것이 없으면 제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A4도 이렇게 어려운데, 가정에서 웨스턴으로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겠습니까? 아주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면 가능하기는 하지만 이때쯤에는 안방이 아니라 극장에 와 있는 것 같아서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도 한동안은 웨스턴에 목숨을 걸 정도로 엄청 좋아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포기한 것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고 있는 오디오 기기 구성 중에서 하나라도 빼면 그것은 웨스턴 소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트워크 같은 것은 제가 오리지널 부품으로 직접 만든다고 쳐도 말입니다. 일단은 스피커가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가 않았습니다. 아는 분 중에 4181 우퍼를 두 개 가지고 계신 분이 계십니다. 그 18인치 우퍼 두 개를 가지고도 지금 들으시는 A7보다 저음이 덜 느껴진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우퍼가 fixed edge 이기 때문에 "베이스 빈" 같은 통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 나특성만으로는 저음이 나오기 힘든 편입니다. 이것처럼 편하게 술술 저음이 나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전체 기기 조합에 끌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 :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어떤 형태의 스피커를 가장 선호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질문을 잘못 했나요(웃음)?

김 : 아닙니다(웃음). 가장 이상적인 스피커는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콘지에서 20Hz부터 20KHz까지 다 나와야 정상이지만 2 Way로 나뉜다는 사실 자체가 솔직히 이야기해서 벌써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가장 이상적인 것은 풀 레인지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풀 레인지 가지고는 전 대역을 커버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장 단순하게 대역을 나누면서도 전 대역을 커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명기들 중에는 2 Way 스피커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싸고 가장 소리가 잘 나는 게 A-7 입니다. 지금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표현이 잘 맞지는 않지만... (웃음)

하 : 인클로저의 형태 중에서는 특별히 선호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김 : 저는 인클로저 역시 A-7 인클로저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1940 년대 초에 개발된 것이지만 아직도 스피커 설계자들이 이 통을 만들거나 흉내냅니다. 저 통은 누가 만들어도 기본적인 소리가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기를 쓰고 오리지널 인클로저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통은 유니트가 가지고 있는 성능을 최대한 발휘해 줄 수 있게 만든 통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클로저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프로페셔널 기기들을 보면 모두 이것에서 시작한 것으로, 여기에서 조금씩 변형시킨 것이지 알텍의 인클로저에서 크게 벗어나는 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요즘 Meyer Sound 같은 신흥 명기(?)를 만든다고 하는 회사들, 프로페셔널 회사들 중에서 히트하는 회사들이 많이 있지만 그 사람들이 채택하는 타입들 모두가 A-7처럼 우퍼 앞에 혼이 달린 혼 로드 컴비네이션 타입의 인클로저입니다. 모양만 약간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하 : 백로딩 혼형 같은 건 어떻게 보십니까?

김 : 그건 편법입니다. 저는 JBL의 Hartsfield나 오토그래프 같이 저음이 인클로저 안을 한참 헤매다가 나오는 스피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도 예전엔 Hartsfield를 대단히 동경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구조를 연구해보고, 또 이 스피커를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고, 실제로 운용을 해본 결과 적지 않게 실망했습니다. 고역은 바로 뛰쳐나오는데, 저역은 한 참을 헤매다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시간차가 느껴지는 데다가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는 그런 사운드였기 때문에 제가 추구하고 있던 음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게 느껴졌습니다. 공간이 다소 넓었으면 그런 느낌을 덜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당시에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Fixed Edge 우퍼를 사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채택한 편법이기는 하지만 태생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 : 요즘 하이엔드에서는 밀폐형 저 능률 스피커들이 많은데, 이런 스피커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 : 저는 그런 스피커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스피커에 대한 본질적 접근과는 거리가 먼 편법이기 때문입니다. 스피커는 최대한 유닛 그 자체로 해결을 하려고 해야지 왜 인클로저나 앰프에 자신의 책임을 전가시킵니까? 유닛 자신이 훌륭하면 인클로저하고는 상관이 없이 자기 혼자서라도 소리가 잘 나와야 하겠죠. 그런데 그것을 인클로저에다가 전가시키는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파워 앰프에 전가시키고... 그러니까 이것은 편법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그걸 정공법으로 그 본질에 접근해서 해결하려고 해야 하는데,  저 능률 밀폐형 스피커들은 이러한 본질적 접근을 회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 : 그래도 저능률 스피커들만의 장점이 있지 않습니까?

김 : 물론 있습니다. 음압을 강제로 낮추게 되면 재생되는 음이 평탄해집니다. 어떤 잡소리도 없어요. 그래서 깨끗하게 들리는 것입니다. 또 음압을 낮추면서 파워를 많이 넣고 좁은 공간에서 울리면 극세 묘사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자연스러움은 거의 없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질감도 사라집니다. 정확하게 보이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는, 무엇인가 인공적이고 억압받은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마치 연주자를 스튜디오 안에 가둬놓고 총을 겨누면서 연주하라고 해서 녹음한 것처럼 뭔가 자연스러움이 없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죠(웃음). 홀 톤이 제대로 재생된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스피커 자체를 통으로 완전히 억제시켜놓고, 네트워크로 억제시켜 놓고 그랬기 때문에 자연스러울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요즘 스피커 제작자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앰프 제작자들한테 떠넘기는 것입니다. 스피커 개발이라는 건 유닛 그 자체를 가지고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하 : 그런데 요즘 대부분의 스피커 메이커들은 남의 회사가 개발해 놓은 유닛을 납품 받아서 사용하잖아요.

김 : 그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스피커 메이커인 KEF를 괜찮게 생각하는데, KEF는 자체적으로 유닛을 만들거든요. 다인오디오도 괜찮게 생각합니다. 역시 자기들이 사용할 자기의 유닛을 만드니까요. 직접 유닛을 생산해서 자신들의 시스템을 꾸미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봐야할 겁니다. 자기 유닛을 만들지 않으면 일단 한 수 접고 들어간다고 보아야 합니다. 유닛을 개발한 사람이 그 유닛에 대해서 잘 알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갖다가 쓴 사람이 그 유닛을 더 잘 알겠습니까? 물론 재료를 가져다가 요리를 잘 할 수도 있으나 처음부터 그걸 개발한 쪽이 전체적인 시스템을 완성하는 것하고는 완성도에서 차이가 납니다. 물론 꼭 유닛을 가져다와서 쓰는 메이커의 스피커는 형편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아무래도 유닛을 자체 생산하는 메이커의 스피커가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셀레스천 같은 스피커들을 좋지 않은 스피커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회사는 유닛을 자체 생산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기들만의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남의 유닛을 가져다 쓰는 사람들보다는 낫다고 보아야 하며 자체적으로 유닛을 생산하는 메이커들은 스피커에 대한 접근 방법이 일단은 그렇지 않은 메이커들에 비해 한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하 : 녹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빈티지 오디오를 좋아하시는 걸로 봐서는 옛날 녹음을 선호하실 것 같습니다.

김 : 그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다수의 메이저 레이블 등의 녹음 경향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한동안 녹음평을 꾸준히 한 적이 있어서 이쪽에 상당한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조금 실망한 적이 있었습니다. 녹음한 기기들과 모니터한 기기들이 전부 비슷비슷하고, 모니터 스피커로는 대부분 B&W를 썼습니다. 데카, 도이치 그라모폰, 필립스 등등... 소리요? 다 비슷합니다. 현악의 경우 현 특유의 질감이 다 죽어 있습니다. 현이 다 나일론 줄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이 레이블의 CD를 잘 안 사게 됩니다. 그렇지만 요즘도 정말 잘 된 녹음이 많습니다. 전에 누가 RCA 77dx 마이크하고 요만한 리복스 A77녹음기로 마이크 세 개만 가지고 교회당에서 한 녹음을 들어봤는데, 환상적이더군요. 그 엔지니어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노하우가 십분 발휘되어 있었습니다. 평범하게 그냥 남들이 다 하는 대로 비슷비슷한 장비들을 깔아놓고 녹음하는 사람들 치고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기계가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기계의 힘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거기에 엔지니어 특유의 노하우가 녹아 들어가야 좋은 녹음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철저하게 녹음에 임하는 사람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명반을 만듭니다.

하 : 요즘은 빈티지 특유의 음색에 반해서 빈티지를 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유지보수 등의 문제 때문에 아쉬운 대로 일종의 편법을 쓰시는 분들이 꽤 있으십니다. 즉 스피커는 빈티지를 쓰고 앰프는 하이엔드를 쓰는 거죠. 김형택씨는 평소 이런 조합을 권하지 않으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 : 그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빈티지 스피커는 내압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대출력의 앰프와 조합시키면 스피커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빈티지 진공관 파워에 하이엔드 TR 프리앰프를 조합하면 어떻겠냐는 말도 나올 법한데, 이 경우 격에 맞는 빈티지 파워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프리앰프의 음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 역시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동안은 이런 식이 좋다고 해서 쭉 써봤는데, 그렇게 썩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습니다.

하 : 그럼 소출력 TR 파워앰프는 어떨까요?

김 : A급 소출력 파워앰프는 괜찮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경우 빈티지 진공관 프리앰프를 물리면 또 문제가 됩니다. 빈티지 프리앰프는 뭐랄까... 약간 불안합니다. 스코프로 보면 출력이 출렁출렁 거리거든요. 그래서 TR 파워에 무리를 주는 경우를 종종 보았습니다. 사실 스피커와 파워앰프는 그 궁합이 정확하게 맞아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빈티지 스피커는 빈티지 파워와 맞습니다. A급 TR 앰프에도 빈티지 스피커를 물려 봤는데, 괜찮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소리를 내 주더군요. 그런데 진공관만은 못한 편입니다. 담백하고 깨끗한 맛은 나는데, 깊은 맛은 좀 부족한 것 같더군요. 그리고 옛날 빈티지 스피커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저 레벨 시에 명료한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력을 낮춰도 소리의 질이 일정하게 다운되는데, 하이엔드 스피커 중 상당수는 출력을 낮추면 소리의 질이 갑자기 확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빈티지 스피커는 음압이 높기 때문에 이런 단점은 없습니다.

하 : 훌륭한 스피커에는 높은 음압이 그 필요조건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김 : 음압이 높은 스피커가 정말 좋은 스피커냐, 이런 생각은 항상 맞는 건 아니지만 좋은 소리가 날 확률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봐야합니다. 일률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하 : 요즘 들어서 빈티지가 오히려 더 각광을 받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김 : 빈티지가 요즘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소스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스의 질이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그 성능을 더 잘 발휘하는 거죠. (본인이 만든 프리앰프를 가리키며) 이것 같은 경우에 완전히 빈티지입니다. CD 플레이어에서 나온 신호가 먼저 CD용 트랜스로 들어갑니다. 소리가 더 단단해지고 디지털 적인 맛이 사라집니다. 디지털 필터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프리앰프로 들어가고, 프리앰프에서 나올 때에도 출력 트랜스를 거칩니다. 그리고 파워 앰프 입력에는 입력 트랜스가 또 달려 있습니다. 스피커로 나가는 곳에는 당연히 출력 트랜스가 달려있고... 이렇게 트랜스가 4 개나 달려있다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의하면 대역이 좁아야 하겠죠?  그런데 지금 대역이 좁다고 느껴지십니까?

(볼륨을 올린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빈티지적인 약간 답답한 느낌이 없고, 대역이 좁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하 :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트랜스를 많이 쓰시는 이유는 있을까요?

김 : 음색이 독특해집니다. 물론 컬러레이션이 된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것이 좋은 방향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컬러레이션이라면 오히려 하이엔드가 그런 쪽으로는 더 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소스가 상당히 좋아졌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LP에 연연하지 않아도 될 만큼 상황이 바뀐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날로그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무튼 소스기기의 발전은 오히려 빈티지에게 더 유리해졌습니다. 그래서 요새 빈티지를 좀 더 많이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김 : 그러니까 옛날 LP같은 경우는 판 자체에서 최대한 정보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카트리지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로 굴곡이 많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Phono EQ 도 어정쩡하고...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 마란츠 7 같은 걸 써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그러니까 레코드 안에 있던 데이터 량을 스피커로 온전하게 재생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요즘보다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밖에는 FM라디오나 릴 테이프 정도, 이런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CD는 거의 완벽에 가깝지 않습니까? 디지털이냐 뭐냐를 떠나서, 대역폭이나 S/N비, 다이내믹 레인지 같은 스펙 상으로는 확실히 상향 평준화되었습니다. 물론 궁극적인 지점에서는 역시 아날로그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디지털이 비교적 질 좋은 소스를 손쉽게 공급해준다는 점에서는 그 공로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하 : 빈티지 사운드를 결정짓는 컴포넌트가 있을까요? 어떤 분은 소스가 빈티지여야 빈티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김 : 다 중요합니다. 뭐가 하나만 빈티지라고 빈티지로 볼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 : 빈티지와 하이엔드를 이것저것 조합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건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 : 그것은 확고한 자신만의 소신이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기기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빈티지와 하이엔드를 조합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기기가 어떤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 당위성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킬 수 있으면 중간에 그 어떤 것을 넣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게 없이 브랜드를 의식한다거나 아니면 그냥 마구잡이로 조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하 : 지금까지 수많은 명기들을 접해보셨을 텐데,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명기는 무엇인가요?

김 : 다 자신들의 독특한 특징이 있으니까 뭐라고 딱 잘라서 말씀드리기가 어렵군요. 제 경우는 역시 알텍 A-7이 스피커로는 평생을 쓸 수 있는 명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걸 오래 쓰면서 느낀 점인데, 돈을 더 들여도 이것보다 더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스피커를 찾는다고 할지라도 그걸 드라이브할 수 있는 앰프를 찾는다는 게 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게 되겠죠. A-7처럼 확실한 소리를 내는 스피커가 드물 것입니다.

하 : 특별히 선호하는 진공관이 있으십니까?

김 : 특별히 그런 것은 없고 진공관이면 다 좋아합니다. 저는 3극관, 5극관 이런 것을 가리지 않습니다. 사실 일본에서 3극관 바람이 불어서 5극관은 못 듣는다는 얘기가 자칭 매니아들 사이에서 정설처럼 되어있는데,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극관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고 5극관이라고 다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한국적인 소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적인 예로 일본에는 하이엔드 메이커가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아큐페이즈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적인 의미에서 선이 굵은 그런 하이엔드는 아니고 일본 특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다릅니다. 사견입니다만 우리는 일본 사람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어떤 대륙적인 기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태광에서 만든 앰프들, 삼성에서 만든 엠퍼러 같은 것은 브랜드만 가리고 보면 미제 같지 않습니까? 소리도 그렇고... 그런데 일본의 경우 외관과 소리 모두 선이 가늘고 하늘하늘한 걸 좋아한단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테레오 사운드> 같은 걸 보고 일본사람을 무작정 따라하다간 실패할 수 있는 것이 그 차이를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남이 하는 거 흉내내기보다는,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느 정도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소리의 감성에 맞는 기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이러한 취향이 일본의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좋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 : TR과 비교해서 진공관의 특징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 : 솔직히 요즘은 진공관이냐 TR 이냐가 순수하게 소리로서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빈티지 진공관 앰프들 중에는 TR 과 비교해서 전혀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높은 해상력을 보여주는 것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진공관이 TR 보다는 다소 달콤한 소리를 내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진공관을 좋아합니다. 또 제가 처음에 접했던 앰프가 진공관이었습니다. 그것이 저의 마음속에 각인이 되어있고 또 진공관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하 : 아주 신경을 써서 제작하시는 특주품 앰프의 경우 러그 단자부터 배선재까지 전부 다 오리지널을 고집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 : 아닙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 장소에 그 부품이 들어가야 된다는 것만 오리지널을 넣습니다. 오리지널을 무조건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는 오리지널을 못 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오리지널이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오리지널을 꼭 넣어야 합니다. 아니어도 되는 부분에 굳이 오리지널을 넣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무조건 비싸고 좋다는 부품만을 고집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닉 프론티어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 회사는 원래 파트 커넥션이라는 부품 공급 판매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네들 창고에 전세계에서 좋다는 부품들을 모두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좋은 걸 다 써서 앰프를 만들면 히트를 할 줄 알았는데, 결국엔 문 닫았죠. 그러니까 이것이 정말 어려운 것입니다. 접근을 잘못했다고 보아야겠죠. 한국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은데, 무조건 세계 최고의 부품들만을 써서 최고의 앰프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거의 100% 깨진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수 천 만원씩 받는 사람이 있지만, 이런 앰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경우에는 그 부품이 들어가면 안 되는데 그 부품이 들어간 경우가 많더군요. 무조건 좋다니까, 또 비싸다니까 고급 부품들을 마구마구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또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한 것이, 그래야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부품의 가격을 막론하고 저 부분에는 싸구려 부품을 써도 소리가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결과가 훨씬 더 좋을 텐데, 한국 사람들은 그것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무조건 비싼 것만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 : A5와 A7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 A-7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공간을 확보한다면 A-5로 갈 겁니다. 어떤 넓은 홀을 하나 울린다면 당연히 A-5로 가겠죠. 그러나 집에서 쓴다고 하면 A-7이 더 낫습니다.

하 : 혼형 스피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상이 너무 앞당겨서 들린다거나 뭐 이런저런 이유로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김 : 그건 드라이브를 잘못한 겁니다.

하 : 혼형 그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건가요?

김 : 그렇습니다. 혼형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A-7이 좋은 스피커라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우퍼도 혼형이라는 점입니다. 고역과 저역이 동일 형태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만약 고역만 혼이고 우퍼가 아니면 그게 또 안 맞을 수가 있습니다.

하 : 특별히 혼을 선호하시는 건가요?

김 : 선호는 아니고, A-7의 소리를 좋아하는데, 이게 마침 혼형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구조가 완벽하기도하고요. 혼형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어느 회사의 혼 스피커는 아주 엉망인 것도 있습니다. 오디오라고 만들었는데 완전히 PA 소리가 나더군요.

하 : 아주 논쟁적인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예전에 저희 동호회에서도 논쟁이 있었는데, 블라인드 테스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재미난 결과들이 많이 나옵니다. 저도 가끔 해봤으니까요. 재미있는 것은 눈뜨고 하면 오디오적 식견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이 앰프는 소리가 어떻고 저 앰프는 소리가 어떻고 신나서 말하는데, 눈을 가리면 전혀 구분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전 평소 오디오 애호가이신 모 대학의 K교수님을 굉장히 존경하는데, 예전에 제가 주관했던 블라인드 테스트 때 이 분이 참가 하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턴테이블을 비교하는 테스트로, 플로팅 방식의 5가지 다른 턴테이블에 암과 카트리지를 전부 다 똑 같은 것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블라인드 테스트에 돌입하니 K교수님이 말씀하시기를, 자신은 잘 구분을 못하겠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얼마나 솔직합니까? 그분 정도 위치에 있는 분이면 이건 뭐가 어떻고 저건 뭐가 어떻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어찌 보면 정상인데, 그 분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처음에 기기를 눈으로 보면서 소리를 평가했을 때에는 각 기기의 특징을 살펴 주시면서 정확한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블라인드를 하니까 다 비슷한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은 정확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건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가 바꿨다고 하면서 안 바꾼 적도 있었거든요. 제가 셀렉터를 가지고 기기를 선택하는 역할을 했었는데, "자, 바꿉니다"하면서 안 바꿔봤습니다. 그런데 다들 소리가 어떻게 변했고, 고역이 어쩌고 저역이 어쩌고 그렇게 말했지만 K교수님은 자기는 구별이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 :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실질적인 음질 적인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까요?

김 :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극히 미미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물론 어떤 테스트인가가 중요하겠습니다만... 특히 시각적인 것, 브랜드인지도 등에 엄청나게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그 블라인드 테스트 때에도 제가 처음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이 테스트는 무의미한 비교입니다. 모양보고 자신이 선호하는 모델은 사는 것이 더 빠르지 들어보고 결정한다는 건 무리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때는 다 출렁거리는 플로팅 방식의 턴테이블에 바늘과 암을 똑같은 걸 썼기 때문입니다. Sota가 조금 더 단단한 소리가 낸다는 세간의 얘기가 있었는데, 그래도 다들 구별을 하지 못하시더군요. 직접 눈으로 보고 들었을 때는 모두들 구분했지만(웃음). 제 눈에는 참가한 분들이 각 기기들 사이의 차이를 느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적어도 이런 차이는 확실하게 구분해야지'하는 어떤 우월감이나 자부심들을 가지고 왔었지만 결과는 참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하 : 하이엔드 TR 앰프들 간의 소리의 차이가 아주 크다고 생각하시나요?

김 : 차이가 아주 없다고는 말하기가 그렇지만, 아주 크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특히 일정 수준에 올라있는 앰프들 간에는 차이를 알기가 정말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스피커를 구동하는 면에서 수준 차이를 드러낼 경우가 많기는 합니다.

하 : 진공관 앰프의 경우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확실히 차이가 나지 않나요?

김 : 조금 차이가 납니다(웃음).

하 : 그럼 김형택씨의 경우 소리의 차이를 어떻게 추구하시나요?

김 : 저 같은 경우는 완전히 다른 소리를 내기 위해서 트랜스를 많이 씁니다. 트랜스가 들어가면 다른 증폭 소자보다도 소리의 차이가 훨씬 더 나기 때문입니다. 트랜스를 쓰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나름대로 장점이 많기 때문에 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독특한 소리가 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 : 그럼 뮬라드는 소리가 어떻고, 텔레풍켄은 소리가 어떻고, 요즘 생산되는 관은 어떻고... 또 관을 이걸로 바꿨더니 소리가 확 변했다, 뭐 이런 평가에 적지 않은 거품이 섞여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김 : 네. 분명히 거품이 있습니다. 그것은 강박관념입니다. 구별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겁니다. 물론 차이가 아주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확 차이가 난다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구별하려고 하는 그러한 생각이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듣는 것을 가로막는 것입니다. 그냥 음악을 들으면 되지 왜 그렇게 구별하려고 합니까? 자기가 무슨 엔지니어나 전문가인양 착각하고 인터넷 사이트에 글 올려서 자랑이나 하려고 하면서 때때로 아주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음악을 듣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닙니다. 다른 예로 케이블을 바꾸니까 좋다 이런 이야기도 있지만 소리가 조금 바뀔 수는 있겠습니다. 그러나 만약 소리가 확 바뀌었다면 두 케이블은 다 나쁜 것입니다. 전송계라는 건 가감 없이 그냥 전달만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전송계에 전압이 가해집니까? 진공관이나 TR 이나 IC 가 들어 있습니까? 전송계에는 소리의 가감이 있으면 안됩니다.




하 : 그럼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 거의 비슷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하이엔드 스피커의 경우 대 전류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굵은 케이블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고 가닥가닥 절연을 했다든지, 마크 레빈슨처럼 납작하게 폈다든지 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대전류가 흐르다보면 그 안에서 별의별 상황이 다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차이가 선재 자체에서 올 확률은 적습니다. 이 이야기를 벌써 수십 번 하는 것 같은데, 구리 용광로를 설치한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케이블 회사는 좀 심하게 말하면 다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서 구리를 사다가 껍질만 바꾸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해서 소리가 특출하게 바뀔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쇠는 열처리 과정에서 성질이 바뀝니다. 그런데 구리는 융점이 낮아서 열처리 과정에서 성질이 비약적으로 바뀔 확률이 철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고열로 열처리를 하면 녹아버릴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낮은 온도에서 열처리를 해봤자 성질이 심하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요즘 케이블 회사들이 선전하는 것 중에 어디서 구리를 사와서 자기네들이 열처리를 했다는 등, 이런 것은 소리에 큰 영향을 줄 수가 없습니다. 자기가 구리를 뽑지 않은 이상은 기성품을 사다가 껍질만 멋있게 처리하면 그것으로 다 끝나기 때문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실드를 어떻게 하느냐, 굵은데 어떻게 굵은가 하는 건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돈을 그렇게 많이 받는 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선재 자체를 처음 뽑아낼 때부터 다르게 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주 비싼 케이블이나 싸구려 케이블이나 전체적인 저항치와 구조를 똑같이 하면 두 케이블 소리는 구별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구리 공장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처음에 구리를 뽑을 때 특별하게 한다, 뭐 이러면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하 : 은선이나 백금선 같은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 소리가 다른 것은 사실입니다. 재질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거기에 수십 수백만 원씩 투자할 가치는 느끼지 않습니다. 달라질 수는 있으나 좋아진다고 단언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케이블 같은 걸로 소리가 바뀐다는 것은 "완전히 사기다!"라고 말하기도 그렇지만 사실 거품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전송계는 아무런 가감 없이 그냥 전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 동안 오디오 하시는 분들이 너무 허접한 케이블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좋은 케이블로 바꾸면 좀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수는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실질적인 소리의 질을 몇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은선의 경우는 비쌀 수밖에 없겠죠. 은이 구리보다 비싸니까요. 재질에 대한 비용은 지불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천상의 소리가 날것이라는 기대는 안 합니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 같은 경우는 거기에다 많은 돈을 지불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 :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가 나아가고 있는 경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 지금까지 쭉 그 얘기를 한 것 아닌가요?( 웃음) 사실 제가 빈티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그렇습니다. 제 생각이 완전무결하다고 주장하면서 그것을 남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하이엔드가 과연 소리를 본질적으로 재생하는데 접근하고 있는가 에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하이엔드의 소리는 강요적입니다. 내가 이런 소리를 내게끔 기기를 만들었으니까 넌 무조건 들어야 한다, 이런 것인데, 이것이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주 싫어지는 것입니다. 계속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제작자의 주관이 너무 많이 배어 있습니다. 단지 소리만을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외관과 소리, 그 밖의 여러 가지 총체적인 면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무분별한 상업주의가 판을 치고 있어서 종종 어처구니없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 같아 좋게 보이질 않습니다.

하 : 김형택 씨는 앰프 제작가이신데, 본인이 제작하고 있는 앰프가 지향하는 사운드는 어떤 것인가요? 궁극적으로 추구하시는 사운드는 어떤 사운드라고 할 수 있을까요?

김 : 제 생각에 스피커와 파워앰프의 기술은 이미 옛날에 다 완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텍 스피커를 누가 들어도 뛰어난 스피커라는 것을 인식시켜줄 만큼 뛰어난 프리앰프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파워앰프의 경우는 기존의 기기들이 워낙 좋은 소리를 내기 때문에 흉내내기는 해도 제가 아무리 난리를 쳐봐야 소용이 없는 면이 있습니다.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당시 프리앰프는 존재가치가 다소 미미했습니다. 그래서 위대했던 오디오의 황금시대가 남겨놓은 훌륭한 스피커와 파워앰프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시켜줄 수 있는 프리앰프를 만드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하 : 여담입니다만, 서윤전자의 앰프들은 소리는 좋지만 외관이 좀 그렇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김 : 그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웃음).

하 : 요즘 국내에서도 작은 공방에서 제작되어 나오는 진공관 앰프들은 외관에 무척 신경을 쓰지 않습니까?

김 : 그것은 그렇게 해야 됩니다. 저도 그 필요성은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비용이 적지 않게 올라가는데, 그렇게 되면 이 앰프를 살 사람이 없게 됩니다. 제가 물건을 몇백 개씩 만들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또 팔리는 상황이 아닙니다. 몇십 개만 된다면 저도 그렇게 해 볼 의향이 있습니다만... 그렇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습니다. 많이 팔아주지도 않으면서 그런 얘기를 한다는 건 좀 그렇죠(웃음).

하 : 그래도 서윤전자의 바로크 프리앰프의 경우 중고 시장에서 대단한 인기가 있습니다. 찾는 사람도 많고, 중고시장에 한 번 나오면 나오는 즉시 팔려버립니다.  

김 : 저는 오히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하 : 요즘 다시 만드시면 비용이 얼마 정도 들까요?

김 : 지금은 그때 쓰던 부품이 없습니다. 전에 쓰던 부품들 중 일부는 제가 독일에서 부품을 독자적으로 수입해서 사용하던 것이지만 지금은 그 부품들의 가격이 너무 올라서 따로 주문을 하기가 곤란합니다. 지금 시중에서는 그 부품들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하 : 오디오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전자공학에 아주 능통한 분들이 계신 반면 그쪽에 대해서는 지식이 거의 전무한 분들도 계십니다. 사실 후자가 더 많죠. 그런데 이처럼 전자 공학적 지식이 없는 분들은 일종의 '오디오 신비주의' 같은 경향에 빠지는 경우가 비교적 많은 것 같습니다. 전자 공학적 지식이 없으면 오디오라는 취미를 즐기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일까요?

김 : 오디오에는 물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과 감성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론적 지식으로 철저하게 무장된 사람들은 이론에 집착하여 그런 쪽에 맹신을 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 그 우월감이 대단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한 쪽으로 흐를 가능성 역시 많습니다. 사실 이것이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오디오에 대한 어느 정도의 깊은 이해를 하려면 전자공학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음악을 즐긴다는 점에서 보면 전자공학은 몰라도 별 상관이 없습니다. 자기가 무슨 레코딩 엔지니어처럼 자처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대다수의 오디오파일들은 자신들이 전문가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상황을 즐기면 되는 것이지, 오디오 기기에 너무 연연해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전문가가 되려면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냥 들어보니 이것은 좋고 저것은 어떻고...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부품이, 어떤 회로가, 어떤 이유로 그런 소리를 내는지 전자 공학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더 깊게 들어가면 전자공학을 넘어서 재료 공학적으로도 나아가야 합니다. 왜 그러한 재료로 만든 것이 그런 소리를 내는지에 대한 공학적 이해까지 나아가야 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런 기초가 없이 그저 어디서 주워들은 것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큰 의미도 없으며 또 설득력을 가지지도 못합니다. 왜 그것이 그런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한도 끝도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또 이러한 노력과 지식들이 모든 오디오파일들에게 필수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적당한 선에서 음악을 즐길 줄 알면 그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 : 마지막으로 오디오 파일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김 :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먼저 자신이 오디오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각자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뭐라고 꼬집어서 말씀드릴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기는 합니다. 비싼 기기를 쌓아 두어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 있고, 적당한 오디오를 가지고 그냥 음악만을 즐기는 사람이 있고... 제가 아는 분 중에 어떤 분은 오래 된 AR 스피커에 구닥다리 피셔 TR 리시버로 음악을 듣는 분이 계신데, 음반은 정말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니, 어떻게 저런 걸로 음악을 듣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 나름대로의 행복한 소리를 듣는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객관성을 가장해서 자기의 소리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남에게 주입시키려고 하는 것 역시 좋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일반 연주자서부터 지휘자까지 오디오를 하는 음악가들과도 교류를 하는데, 그 사람들은 항상 실연을 접하기 때문에 의견이 일치될 것 같지만 재미있게도 이야기가 모두 다릅니다. 생각을 해 보십시오. 홀에 가서도 S석이냐 D석이냐에 따라서 소리가 모두 다른데, 어떤 특정한 상황 하나만을 주장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주관적인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연주자든, 지휘자든, 청중이든 다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주로 듣는 사운드를 남한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객관성을 추구한다고 하는 경우에도 사실은 개인적인 취향일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오디오에 대한 획일적인 접근 방법은 위험합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오디오를 대하고, 또 아무 기기라도 그것을 가지고 음악을 행복하게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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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김형택씨와의 장시간에 걸친 인터뷰는 빈티지 오디오에 대한 올바르고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김형택씨가 가지고 계신 빈티지 오디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취재진의 입을 다물어지지 않게 하였습니다. 작업실을 꽉 메운 수많은 빈티지 기기들과, 무엇보다도 김형택씨 본인이 메인 스피커로 사용중이신 알텍A-7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나도 매혹적이었습니다.

도가에서 말하길 '유(有)'의 존재 근거는 '무(無)'에 있으며, 무의 존재 근거는 유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즉 어떤 하나의 존재는 그것의 반대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오디오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엔드 오디오가 있기 때문에 빈티지 오디오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고, 빈티지 오디오가 있기 때문에 하이엔드 오디오가 더욱 돋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김형택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이파이뮤직 회원님들의 오디오에 대한 이해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셨기를 희망합니다.    



글,사진: 하이파이뮤직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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